냄새 이야기

아름다운 향수, 그 뒷 이야기

에어클리닉 2024. 11. 2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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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냄새는 추억을 소환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하는데요. 수많은 냄새중에서도 각인되어 있는 냄새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안에 가득찬 어머니의 된장찌개 냄새처럼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그향기 -지금도 그 향기가 어떤 향기인지는 모르지만- 를 맡으면, 순간적으로 어릴적 선생님을 소환하게 됩니다.

 

 

 

 

 

 

 

중세 유럽의 거리에는 특유의 활기와 동시에 불쾌한 냄새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의 웃음과 말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 안에는 가려지지 않는 냄새가 존재했습니다. 위생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 사람들은 목욕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물이 건강에 해롭다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 있었고, 차가운 물은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흑사병 이후 물을 통해 전염병이 확산된다는 공포도 이런 관습을 더욱 고착화시켰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향수였습니다. 당시의 향수는 단순히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체취를 감추고, 나쁜 공기를 제거하며, 심지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향수 한 병은 단순한 액체 그 이상이었고, 그 향기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보호막과도 같았습니다.

 

중세 시대의 유럽

 

 

 

체취와 향수: 중세 사람들의 필수품

목욕을 하지 않는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문제를 낳았습니다. 불쾌한 냄새가 사람들의 몸에서 풍겼고, 옷과 침구도 자주 세탁되지 않았기에 냄새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러한 체취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불쾌함을 넘어서, 사회적 상징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위생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식이 되었습니다.

 

상류층과 귀족들은 값비싼 천연 향료로 만든 향수를 사용하며 자신의 격조를 드러냈습니다. 장미, 라벤더, 머스크, 그리고 허브로 만들어진 향수들은 부와 권력을 상징했고, 사람들은 서로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통해 그들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평민들은 저렴한 허브를 활용하거나, 소박한 향수수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

 

 

 

 

향기의 도시, 프랑스와 루이 14세

향수 문화는 특히 프랑스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프랑스 궁정에서는 향수 사용이 일종의 필수 예절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궁정에서는 각종 향수를 활용해 불쾌한 냄새를 감췄을 뿐만 아니라, 향기를 통해 궁정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루이 14세의 이야기를 빼놓고 중세 유럽의 향수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향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향수를 사랑했고, 그의 궁전은 "향수 궁전(Parfum Palace)"이라 불렸습니다. 그는 장미수와 오렌지 블로섬 향을 선호했으며, 그의 시녀들 또한 이 향수를 몸에 뿌리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궁전 전체에 향수를 뿌리게 했고, 방마다 다른 향기를 채우도록 명령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결과 그의 궁전은 단순한 권력의 상징을 넘어, 향기로 가득 찬 독특한 문화 공간이 되었습니다.

 

루이 14세 향수 궁전

 

 

 

 

향수와 도시, 그라스(Grasse)

이처럼 프랑스는 단순히 향수 애호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향수 제조의 세계적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그라스는 중세부터 향료 재배와 향수 제조로 유명했습니다. 그라스에서는 라벤더, 재스민, 장미와 같은 향료 식물이 풍부하게 자랐고, 이를 활용한 향수 제조는 지역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산업이었습니다.

 

그라스의 향수 제작자들은 오늘날의 향수 산업을 떠받치는 기술과 전통을 세웠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정교하게 조합하는 기술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고, 현대 향수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향기의 수도로 군림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향수로 가득찬 향수가게

 

 

 

향수의 여운, 그리고 현대에 남긴 유산

오늘날, 향수는 중세 유럽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던 실용적인 도구에서 벗어나 예술의 경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만의 향기를 찾기 위해 향수를 선택합니다. 그 선택은 단순히 냄새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기억에 남게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향수는 한 방울로 시대와 기억을 초월합니다. 그 작은 병 속에는 과거의 럭셔리한 궁정, 프랑스 남부의 햇살 아래 핀 장미, 그리고 중세 유럽 사람들의 삶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뿌리는 한 방울의 향수는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예술이 만나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입니다.

 

중세 유럽의 향수 문화는 향기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삶의 방식,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지금도 우리는 그들이 남긴 향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자향수와 남자향수의 경계도 사실 불분명합니다. 향수 추천하는 분들의 의견보다 자신의 향기를 가지려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어떤 향수를 사용하시나요? 또는 향수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댓글로 남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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